꿈속을 날아서 욕망의 초상, 연극『클로져(Closer)』 2008/03/31 07:25 by 쩡♡

나는 보통 첫공연을 선호하지 않는다.
검증된 작품이 좋고, 배우와 혼연일체가 된 익숙한 느낌의 연기가 좋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초대받아 간 공연이라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공짜로 보는 대신, 공연 날짜며 좌석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배우들의 몸짓에서 풍겨오는 첫공의 부담감과 설익은 연기, 조금 불편한 좌석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3월 28일 금요일 첫 공연에서 배성우.홍은희.이신성.이영윤. 네 배우의 연극『클로져(Closer)』를 만났다.

"안녕? 낯선 사람..."
첫눈에 서로에게 빠져버린 마법 같은 사랑!
대현은 신문사에서 부고 기사를 쓰지만 소설가가 되는 게 꿈인 잘생긴 청년 대현.
서울의 도심 한복판, 출근길의 대현은 인파 속에 유달리 눈에 띄는 한 여성을 발견하고 강한 이끌림을 느낀다. 서로를 응시하며 횡단보도에 마주선 그들.. 그러나 그녀는 달려오던 택시에 치여 쓰러지고, 얼떨결에 보호자가 된 대현은 사랑의 운명을 예감한다.
그렇게 대현의 일상으로 들어온 그녀는 스트립댄서 지현.. 그녀와의 동거를 시작한 대현은 그녀의 인생을 소재로 글을 써서 소설가로 데뷔한다.

"또 다른 설레임의 시작..."
첫눈에 빠진 사랑은 한번 뿐일까?
그러나 대현은 책 표지 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사진작가 태희에게 첫눈에 반하고 만다.
또 다른 강렬한 사랑의 시작.. 다시 올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의 느낌이 대현은 물론 태희, 지현 모두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 이미 여자친구가 있는 대현을 밀어내는 태희.

대현운학과 채팅을 한다. 태희를 사칭하여 장난치며 운학의 성적 환상을 자극하는 말들을 키보드에 두들겨대는 대현과, 진료 가운도 벗지 않은 채 사무실을 걸어닫고 킬킬대는 운학. 이 한번의 장난으로 만나게 된 태희운학은 연인관계가 되고, 결국 결혼에 이르게 된다.

"당신의 진정한 사랑은 나야!"
이제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배신'당하며 서서히 망가진다.
대현태희에 의해, 운학지현은 각각 실연을 당한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가 다른 숱한 멜로드라마를 통해 진부하리만큼 보아왔던 그대로, 절규한다. 왜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지, 당신이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난 진정한 사랑인 줄 알았던 대현태희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지현과 먼저 동거를 시작했으면서도 결혼한 태희를 찾아가 "당신의 진정한 사랑은 나"라고 외쳤던 대현. 그러나 드디어 태희가 이혼할 수 있게 된 순간, 운학의 요구조건을 알게된 대현은 순식간에 괴로워하고 만다. 분명 이 삼각관계의 승자는 대현이었으나, 질투심에 어쩔줄 몰라하며 괴로워하는 마지막 사람 역시 빼앗긴 운학이 아니라, 빼앗은 대현이다.
결국, 이 네 사람의 관계는 모두 깨지고 만다. 이혼한 첫번째 남편까지 해서 최소한 세 번의 진지한 연애를 겪어본 태희는 덤덤하게 말한다.

태희    여자는 늘 어떤 짐을 가지고 남자를 만나지. 그럼 한동안 남자들은 정말 훌륭해. 짐을 죄 덜어주지. 당신 짐은 어디있어? 여자가 물으면 우린 짐 같은거 없어 그래. 사랑에 완전히 눈이 멀어서 그런 건 안중에도 없지. 그리고 우리가 마음을 딱 놓을 때 남자들의 짐이 도착해. 거의 터질 것 같은 어마어마한 짐이. 남자들은 여자로부터 느껴지는 감정을 사랑하지.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게 아니고...

욕망이 행복이 되기란 쉽지 않다.
내가 바라는 사랑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것은 늘 내 손에 붙들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좋아서 더 가까이(closer)가서 나를 드러내고, 더욱 친밀해지고 싶었지만 그렇게 다가갈수록 상처받고, 마음이 닫히게끔(closer)하는 나의 욕망, 나의 사랑...

그래서일까... 가장 당돌하고 어렸던 지현은, 정작 자기 자신은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낯선 이들 앞에서는 거리낌없이 옷을 벗고 춤을 췄지만, 대현에게는 끝까지 본명을 숨긴다.

지현    그 사랑, 어디 있는데? 난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네. 만질 수도 없고, 느껴지지도 않는데. 아, 좀 들리기는 한다. 들리기는 하는데, 이제 그 말엔 아무것도 움직이지가 않네.
우리는 연극『클로져(Closer)』를 통해 연애의 정답을 얻을 수 있을까. 아니, 정답이라는 게 있기나 한걸까.


이글루스 가든 - 매일 매일 한 편의 글쓰기.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서울문화꽃